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을 연수 종료 후부터 약 3개월 동안 매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버틴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이었다. 

기업 설명회부터, 회사 초반 연수 때까지, 이 기업은 사람을 중시하는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의심병이 많은 나로서는 말이야 번드르르 하지만, 실제 현장가면 그럴리가 없어. 라는 마음이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직원 모두가 배려심 깊고, 신경써주고, 서포트 해준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퍼센트로 따지면 90프로 정도가 사려심 깊고, 먼저 다가와서 챙겨주고, 

질문 했을 때 무시하거나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이 회사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좋다(이 회사 신흥 종교 설.. 맞는 것인가). 

아직까지도 의구심이 들 정도긴 하지만, 다른 회사보다 고인물이 적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것이 나의 결론. 

같은 업무를 계속 하는 것이 아니고, 계속 일이 바뀌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 도울 수 밖에 없다. 

서로 묻고 부탁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기에, 교만하거나 남을 무시할 틈이 없다. 

늘 언제가 모르는 부분이 튀어 나오고, 모든 것을 다 파악하는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완벽한 상태에서 홀로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다들 불완전한 상태에서 자신의 포지션에 배치된다. 

 

내가 초반에 담당했던 고객중에, 제대로 진상 고객이 있었다. 

나 자신도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덜덜 거리면서 응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언성을 높이더니, 같은 층에 있는 사람들 다 들릴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었다. 

(뭐 땜에 그랬었는지 벌써 가물가물 ㅋㅋ 그저 겁내 나한테 소리를 쳤다는 것만 기억난다)

그 당시 나는 완전 얼떨떨해서 이거 뭐지? 나는 누구? 이런 상태. -_-

서포트 없이 투입된 초반이어서 서포트 해주는 멘토들은 주변에 있었기에, 

재빠르게 멘토 중 한명이 와서 고객을 구석으로 안내하며 다른 고객들도 있으니 

언성은 낮춰 달라 부탁하고 고객이 해결하고 싶은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하도록 침착하게 안내를 해 주었다. 

나는 그 와중에 연수 때 본 진상 고객 대처 방법의 시뮬레이션과 같은 선배의 모습에 감탄해 버렸다. 

 

그 후 나는 나름 데미지가 있었는지 멍+얼떨떨 상태로 그 다음 고객들을 상담하러 좀비처럼 움직였다. 

그런데 좀 전에 나 대신 고객 상대를 해줬던 선배가 오더니 매니저가 찾으니 가 보라고 해서 

나 또 무슨 사고 쳤나 하며 매니저를 찾아 갔다. 

매니저는 나를 앉혀놓고, 조금 전의 고객에 대해서 말을 꺼냈다.

나는 그 고객 응대를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변명같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하기 시작했다. 

잠잠히 듣고 있던 매니저는 -아니, 그게 아니고.. 너 괜찮아?- 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 순간 나는 멍- 해져서 뭐지 이 질문? 싶었다. 

-회사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 지 빠르게 파악 및 개선 해야 한다. -

그게 전부인줄 알았던 나에게 나의 감정을 물어봐 주는 매니저는 너무나도 신선했고, 충격 그 자체였다. 

진심 울뻔한 위기 1 이었다. ㅋㅋ 

(아직 회사에서 운 경험은 없으나, 이 회사에서 울컥 여러번 했다 ㅎㅎ )

 

나 자신이 감정은 억누르고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편이다보니, 

내 상태를 나도 잘 몰랐던 것 같다. 

매니저의 질문을 듣고서야 아, 나 상처 받았었구나. (왈칵 ㅋㅋ 울진 안않어 ㅋㅋ 울 뻔)

이 날 간만에 가슴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리고 여기서 더 버텨 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했다. 

 

감정 이라는 것. 누군가에게 관심을 주는 것. 

30 중반대 접어드는 지금도 막연하고 어렵지만, 지금부터라도 해볼까 싶다. 

이 곳에서 나도 누군가에게 의지가 되는 한 선배가 되는 그 날이 오길! 

 

- 2019년 9월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언제 비바람이 불었냐는 듯이 노을이 찾아와 주셨다. 

  그 다음날은 최고기온 35도를 찍어 주셨다. 가을은 언제 오니- 

새로운 직장을 들어와 연수와 초기 교육을 다 마치고, 

홀로 고객 응대를 하게된 후,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의 업무는 고객이 사용중인 제품을 들고 왔을 때 문제 확인과 필요한 솔루션의 제안. 

궁극적인 목표는 고장난 제품을 들고와서 문제 없는 제품을 들고 나가도록 서포트 하는 것. 

고객의 말을 들으면서 내용도 작성해야 하니 처음에는 버벅거리기 일수. 

전 회사에서 일본어는 이정도면 충분해- 라 생각하였으나, 

역시 다른 분야로 넘어오니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서 내가 뭔소리를 하는지 나도 모를때가 많아졌다. 

 

전 회사에서는 계속 같이 일하는 사람과 고객이 한정되어 있었기에, 

새로운 직업은 정 반대인 시프트 근무(근무 할때마다 마주치는 직원이 바뀐다) + 매번 새로운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지원했는데.. 

내가 바보기도 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사교성이 특출난 외향형이 아니라 

친한 친구여도 약속 취소되면 좋다고 집에서 뒹굴대는 극 내향형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덕분에 고객 응대 일을 하고 집에 오면 진이 빠질데로 빠지고 ....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세달 정도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새로운 회사 최소 세달은 경험해보고 계속 다닐지 그만둘지 결정해보라 하지만, 

긴 연수덕에 입사후 3달 후는 홀로서기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였다. 

 

리더들이 보기에도 내 상태가 영 안좋아 보이긴 했는지, 

여러명이 돌아가면서 불러서 괜찮냐고 물어봐 주기도 했었다. 

 

일본인 직원 불러오라는 진상 손님부터, 

울어제끼는 딸과 딸을 감싸며 고함을 지르는 손님에 

매니저 불러오라는 사람은 아직도 간간히 있고. 

수리비 못내겠다고 무료로 수리해오라고 배째라는 손님까지.. 

 

초반에 리더가 괜찮냐고 불러서 물어볼 때 

솔직히 저 지금 사람이 겁내 무섭습니다 -_- 라고까지 말함 ㅋㅋ 

나의 전문 지식도 얇은 터이니, 내가 제안하는 솔루션에 자신이 없기도 하고, 

물론 모르는 부분은 선배들한테 물어봐서 진행하기도 하지만, 

다들 고객 응대하느라 바쁘니 나의 구글링을 시전하려 하면 한국어 키보드가 없어서 

한국어 키보드 추가부터 해야하니 늘 시간과의 싸움. 

 

그래도 늘 회사 직원 동료 상사들은 내 편에 서주고 서포트 해줘서 

적이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으니 싸울만 하지 않나-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고객 트라우마는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중- 

하... 내가 한국 거주 중이었으면 매일 만두 괴롭혔을 꺼다... ㅋㅋ 

원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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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화소니 2019.09.12 09:26 신고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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