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동안 일하고 파견으로 일하다 정직원까지 되어 일한 회사를 그만둔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그만두겠다고 입을 떼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회사에서의 과대평가 그리고 이 회사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나'의 발견이다. 

 

첫 회사에서의 일은 의외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 운빨이 좋았다. 

IT회사에서 테스트를 하는 프로젝트 팀에 들어갔고, 고객은 한국 회사.

나는 한-일 번역 통역. 테스트 업무부터 시작했는데, 

전임이 일을 너무 못하고 도망가듯 그만둔 것과 리더진을 제외하고 멤버들이 전형적으로 수동적인 일본인들 이었기에 

나는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쏟아지는 칭찬을 듣게되었다. 

 

별거아닌 일에도 탑 리더는 감사합니다- 라고 꼬박꼬박 표현해 주었고, 다른 리더들이나 멤버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 고객을 뚫은 프로젝트 였기에 2달만에 내 계약은 종료되었지만,

한달후에 같은 고객에게서 일을 받게된 리더는 나를 잊지 않고 다시 불렀다.

그 사이에 다른 파견처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파견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를 끼고 그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리더가 나를 다시 부르면서 이후에 회사에 정직원으로 추천하고 싶고,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말도 했었지만,

실제로 정직원으로의 전환은 예상보다는 많이 늦어져 파견으로 2년 넘게 눌러앉았다.

그 사이에 내 업무는 리더급 업무로 상승했으나, 파견이라는 타이틀에 익숙해졌다.

 

파견이니 회식은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파견이니 쉬고 싶으면 쉬었다.

나의 게으름이라는 본성이랑 매우 잘 맞는 포지션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늦어지긴 했지만, 약속을 잊지 않은 과장으로 승급된 리더가

나의 정직원 전환 처리를 해주고 본인은 미국 지점으로 떠났다.

 

같은 프로젝트 3년차에 정직원이 된거여서 업무 자체는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정해진 테스트 시험표가 있는 업무이기에 조금씩 내용이 바뀌긴 했지만 엇비슷한 내용으로

프로젝트를 10번 이상 돌리고 나니 일에서의 새로운 보람이나 재미는 없어졌다.

대신 남는건 오래된 멤버들 간의 갈등과 새로 온 리더의 쪼임 뿐이었다.

정직원이 된 이후로 실질적으로 팀 멤버 관리와 교육을 하게 되면서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에서 이 역경(?)을 딛고 성장해보겠다는 일념하에 

나의 고민을 상사에게 상담도 하고 회사 교육 프로그램에도 지원해서 참여하고,

같은 부서 내의 외국인 직원들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름 IT 대기업이라 하는 이 회사의 사장과도 말을 섞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점점 에너지를 소진하고 조금이라도 새로운 일이 하기 싫어지는 반면,

회사에서의 나의 평가는 급상승 했다.

그만큼 내가 소속되었던 회사에는 능동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부족했다.

결국 나는 탈진해 버렸고,  새로운 변화나 위기에 대처할 에너지가 없어져 다음에 일할 직장이 결정되기도 전에 사표를 던졌다. 

 

그만두면서 한 면담에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말하기도 했지만, 퇴사이유를 내 역량 부족으로 잘 포장했기에 

이직에 실패하거나 내가 좀더 성장하고 다시 돌아오면 받아주겠다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퇴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능력있는, 일 잘하는 사람으로서 인정받았던 기억은 잊지 못할 듯 하다. 

 

이 회사에서 얼마나 과대평가 되었으면 

그만두겠다고 리더한테 말한 후 주임-과장-부장-부서장 순으로 면담을 했다. 

팀멤버 5-12명 정도 크기의 작은 프로젝트에서 일했을 뿐인데 

파견 포함 500명은 거뜬히 넘는 부서에서 부서장이랑 면담을 하게 되다니 ㅋㅋ 

매우 뿌듯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그 이미지를 나도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아서 

그만두는 진짜 이유를 감추고 퇴사했다. 

 

"이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 라고 입이 찟어져도 말 못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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